• IN THE BEGINING
    나비3 나비2 나비1

  • 어디선가 숨이 막히게 달큰한 꽃 혹은 과일의 향기가 훅하고 풍겨왔고 보라빛 벨벳드레스를 입은 듯한 나비 한마리가 한 소녀의 손끝에 자연스레 내려 앉았다.

    소녀의 눈동자가 나비의 움직임에 따라 커지는 순간 작은 꽃잎이 바람에 날리 듯 무언가 그녀를 가볍게 안아올렸다.

    그 움직임에 나비가 펄럭이며 날아가고 소녀가 놀랄 틈도 없이 그녀 앞에는 싱그럽고 따뜻하며 눈부신 숲이 펼쳐졌다.

    그 사이로는 화려한 빛깔의 새들이 노래하며 날아 오르고 나무들에는 온갖 과일들이 보석같이 열려있었다.

    소녀가 넋이 나간 듯 숲을 바라보던 순간 그 무언가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포근한 풀위에 내려 놓았고 그 감촉은 마치 융단 위를 밟는 것처럼 보드러웠다.

  • LA' NUIT

    river of
    the beginning
    a wide river,
    endless like the ocean,
    exuding a honeyed aroma.
  • 그녀가 지나는 길마다 비단같은 나뭇잎들이 출렁이고 오색진주빛의 꽃들이 춤을 추듯 흔들거렸다.

     

    마침내 소녀가 발길을 멈춘 곳... 그곳은 바다와 같은 넓은 강가였다.

    그 색이 어찌나 빛나게 푸르르고 맑은지 소녀는 잠시 눈을 질끈거렸지만 이내 무릎을 굻고 말간 물 속을 신기한 듯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손으로 물을 담아 한모금 마셔보았다.

     

    신기하게 물에서는 꿀처럼 달큰한 향이 나고 온 몸에 퍼지는 청량함에 소녀는 작은 탄성을 뱉어냈다.

  • MA' BELLA

    fruit of
    the Beginning
    a beautiful fruit,
    as luscious as an apple
    gifted by a great bluebird,
    glimmering with the hues
    of peach and plum.
  • 소녀는 과일들이 가지가 휘어지게 달린 나무 아래서 물끄러미 위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까치발을 들어 조금만 더 뻗으면 손이 닿을 듯 닿지 않던 그때 어디선가 날아온 커다란 파랑새 한마리가 마치 과일을 소녀의 손에 닿게 해주려는 듯 가장 과일이 탐스럽게 걸린 가지에 내려 앉았고 그제서야 소녀는 마치 사과처럼 탐스럽고 복숭아와 자두의 빛을 띄는 예쁜 과일을 손에 넣었다.

     

    소녀는 망설임없이 그 빛나게 탐스러운 과일의 한 입 가득하게 베어 물었고 달콤함이 터지는 과즙은 넘치다 못해 소녀의 피부로 꿀처럼 흘러 내렸다.

  • GLORY

    primordial rest
    a stunning aurora-like
    sunset radiates vivid colors,
    as pearl-like stars
    threaten to spill from
    the celestial canvas.
  • 형형색색 노을이 지며 하늘에는 진주알 같은 별들이 쏟아질 듯 장관을 만들었다.

     

    소녀는 아름다운 하늘에 잠시 넋을 잃었고 속에서는 알 수 없는 감동에 마음이 순간 울컥해졌다.

    그때 소녀의 피부 결에 무언가 느껴졌는데, 마치 오로라같은 빛이였고 그 빛이 소녀를 감싸자 하루간 쌓였던 피로가 순식간에 씻겨지며 회복됨이 느껴졌다.

    마음이 편안해진 소녀는 스르르 눈이 감기며 잠이 들었다.

     

    숲 속에 그녀가 경험한 첫 쉼이었다.

  • SERAPHIM

  • 하루가 지나고 소녀는 빠르게 숲에 생활이 적응되었다.

     

    숲속 동물들도 늘 그녀 곁에서 그녀를 따랐고 소녀도 동물들을 쓰다듬어 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덩치가 커다란 호랑이 한마리가 그녀에게 안겨왔고 소녀와 호랑이는 꽃밭을 딩굴었다.

    한참을 웃으며 놀다 일어난 그녀의 몸에는 갖가지 꽃들로 알록달록 색깔이 물들어 있었고 잠시 난감한 얼굴로 멍하니 서 있으니 숲 어딘가에서 새하얀 나비들이 날아와 소녀를 감싸안았다.

     

    놀란 소녀가 눈을 질끈 감았다 뜨니 새하얗던 나비들은 소녀몸에 있던 알록달록한 색으로 변했고 이내 하늘 위로 날아가 버렸는데 소녀의 몸은 마치 금방 태어난 아기처럼 새하얗게 변해있었다.

  • ABELIAN

    luminous lady
    a celestial cloud
    bestowed by a luminous
    and enigmatic lady.
  • 그녀는 숲을 가로질러 다시 물가로 갔다.

     

    그곳에는 어떤 여인이 앉아서 물을 바라 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눈부시게 환하고 신비로웠다.

    소녀는 신기한 마음에 조심히 다가가 여인을 바라보았다.

    여인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소녀를 바라보았고 소녀는 그의 검푸른 눈동자에 잠시 넋을 놓았다.

    그러다 여인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르켰고 소녀는 그의 손끝이 닿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멀리 있는 물들이 안개와 같이 피어올라 구름같이 뭉쳐지며 여인과 소녀의 앞에 모여들었다.

    여인은 손을 뻗어 구름을 움켜쥐었고 포근한 그것을 소녀에게 내밀었다.

     

    소녀는 신기한 눈빛으로 구름을 받아 살며시 얼굴에 부벼보았는데 청량한 향과 부드러운 느낌이 마치 하늘을 날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CHERUBIM

    a tree of jewels
    a tree laden with fruits
    shimmering like a rainbow
    of precious stones.
  • 소녀는 여인과 운명의 끌림처럼 가까워졌다.

     

    그들은 다양한 색상의 보석같은 과일들이 달린 한 그루 나무 앞에 섰는데, 여인이 익숙한 듯 나무에 올라 소녀에게로 과일들을 건내주었다.

    과일에서는 꿀과 같은 과즙들이 흘러 소녀의 손을 적셨다.

    둘은 함께 과일을 베어 물었고 여인은 흡족한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소녀의 입 주변에 묻은 과즙을 닦아주었다.

     

    그러자 소녀의 뺨은 붉은 꽃잎처럼 물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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